2010. 3. 22. 09:24

[소설]_"그것이 세상이다", 공무도하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훈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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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지 말랬어도
기어이 건너려다 빠져 죽으니
어찌하랴 님을 어찌하랴

- 여옥.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시급한 당면 문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 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남은 시간들은 흩어지는데, 나여, 또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 김훈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 장철수, 소설 속에서

문정수
한국매일신문 사회부 기자.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십 년 전 군인으로 복무했던 해망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해망방조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해망방조제 도로 개통, 해망 해저 고철 인양사업 등을 계속 취재하며
해망과의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노목희
지방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창야중학교의 미술교사로 있다가
가끔 만나던 선배인 장철수가 창야에서 사라진 다음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와서 출판사에 근무한다.
가끔 문정수가 야근을 마친 새벽에 찾아와 혼자 중얼거리듯 늘어놓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들어준다.

장철수
창야에서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후에도 노학연대 근처를 서성대다,
경찰서에 연행되어 노학연대 집행부 일급 수배자들의 은신처를 자백하고 풀려난 뒤 해망으로 떠난다.
후에와 함께 물밑 펄에 널려 있는,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 들이 쏟아낸 포탄 껍질과 탄두를 건져올려 팔며 살아간다.

박옥출
서울 서남소방서 인명구조특공조장 소방위.
캐피털백화점 화재현장에서 귀금속 매장의 보석과 금붙이 들을 빼돌리고
육 개월 후 신장병을 이유로 소방서에서 퇴직한다.
그후 해망으로 가서 해저 고철 인양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의 전무이사가 된다.

오금자
남편과 이혼한 후 치매 초기증세를 보이는 어머니에게 어린 아들을 맡기고 혼자 고향으로 내려가 식당에서 일하다,
텔레비전 뉴스로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내다 방천석을 만나,
그의 가옥과 농경지의 관리를 맡기로 하고 장철수, 후에와 함께 해망 방천석의 집에서 지낸다.

후에
베트남의 산간농촌에서 태어나 물밑에서 해초를 건져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다,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최인수와 결혼하여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최인수가 별거중인 전처가 낳은 아들 둘의 양육과 갯벌일, 밭일을 요구하자
가출하여 장철수와 함께 물밑 고철을 건져올리며 살아간다.

------- My Story ☆


"해망 + 창야"

공무도하의 세상은 이 두 곳의 지방 소읍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앞서 나열된 인물들의 관계는 좁은 두 지역 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히지만,
그 사실들은, 오로지 사실로서 담담하게 그렇게 구성된다.

해망은
미군들의 폭격 시험지로 쓰이던 외딴 섬 인근에 위치한 해안가다.
이 곳에서는 과실수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가축들이 새끼를 낳지 못하고, 아이들이 피부병을 앓는다.
소리없이 죽어가고 있는 이 곳은
매립과 도로 개통 등을 통해 다시 살고자 하는 소음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 소음은 생각만큼 널리 울리지 못한다.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이 사업지에 대한 평가는 객관이라는 가치를 들이댈만큼 안정적이지 못하고,
사기에는 쓸데없이 비싸고 팔기에는 살 사람이 없는 못난 땅으로 전락한다.
이 곳에는 떠나지 못하고 남겨진 자들만이 살아간다.

창야는
산골 마을이다.
작고 피폐한 이 지방 소읍은 여름철 폭우와 저수지의 범람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다.
이 곳은 노목희와 장철수의 고향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쫓기듯 떠나온 곳이기도 하다.

공무도하의 세상은 참으로 비루하다.

기자는 비루한 세상의 메아리를 듣고도
매번 '인간적'이라는 스스로 만든 감옥 속으로 못 본 채, 못 들은 채 그렇게 빠져든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기자는 비루한 세상을 취재하고
술과 세상에 대한 넋두리를 통한 관조로 그렇게 또 살아나간다.

에디터인 여자는 전공인 회화를 잊고 살았다.
그녀가 해야할 일은 번역이고, 에디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는 자신이 번역한 책의 표지를 디자인 하였고,
또 그 책을 통해 찾은 우연한 기회에 표지 디자인을 위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기자의 넋두리를 함께하던 여자는
남자도, 에디터라는 그녀의 직업도 모두 그 자리에 그냥 둔 채 떠난다.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아귀에 힘이 없다.
이 남자는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고 세상을 향해 외치지만
결국 학생 운동을 함께한 이들의 은신처를 고발하고 자신의 고향을 떠난다.
다 잊고 살기 위해 찾아온 새로운 장소에서 그는
그가 고발한 세상이 잉태했다 토해놓은 쇳덩이들을 주워가며 산다.

누군가 높은 이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던 소방 공무원인 그는
불이 난 백화점에서 반짝거리는 것들을 끌어 모아 장물애비에게 넘긴다.
몸이 좋지 못했던 이 남자는
그 길로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다.
남의 것을 갖고 말았다는 헛헛한 사실이 평생 그를 괴롭히겠지만
그는 또 다른 남의 것인 남의 신장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고 또 새로운 사업을 하며 그렇게 산다.

아이가 죽었다.
아이가 자기가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었다.
아이는 아이 엄마가 돈 벌러 가며 아이 엄마의 엄마에게 맡겼던 아이였다.
엄마는 아이를 찾지 않는다. 찾지 못한다.
엄마는 아이를 찾고 싶었으나 찾을 수 없었고,
결국엔 모른 척 그렇게 열매도 맺지 못하는 경작지를 가꾸며 살기로 한다.

공무도하의 세상이 이렇다.

세상이 이런데도

작가는 말한다.

가지 말라고.. 저 피안의 세상으로 홀연히 걸어 나가지 말고, 그냥 이대로 살아가자 말한다..

없는 곳에서도 그렇게 희망을 찾아 보자고 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작가는 자꾸 희망을 찾아라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힘들다고 말한다.

자기 혐오에 시다릴 수 밖에 없었을 만큼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도 작가는 한번 살아 보자 말한다.

사실.. 세상이 그렇다..

진정으로 세상이 그렇다..

세상은 정말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고, 살아지는 것이 또 세상이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말처럼, 세상은 또 살면 살아진다.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살아지는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그게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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